친부모 그리움 자선으로 달래는 美입양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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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장애 김한국 씨 대한사회복지회 후원
(올랜도<플로리다주>=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친부모를 찾지 못한 그리움을 자신이 입양됐던 복지시설을 도우며 달래는 한인이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세 살 때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로 입양돼 현재 그래픽 디자이너로 성장한 김한국(28.미국명 토머스 케이시) 씨. 그는 2007년과 2008년 모국을 방문해 생부모를 찾았으나 단서도 발견하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렸다.
미국으로 돌아간 김 씨는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방한 기간에 찍은 3천여 장의 사진을 모아 `우리가 함께 나누는 세상은 더욱 아름다워요'라는 모자이크 작품을 만들었다. 그는 이 작품을 방한할 때 친부모를 찾는 데 도움을 줬던 대한사회복지회 관계자에게 선물했다.
김 씨는 또 이 작품을 `당신을 위한 나의 소원'이라는 홈페이지(www.mywishforyou.org)에 올려 판매에 나섰고, 수익금 전액을 자신이 입양됐던 대한사회복지회 산하 암사재활원에 후원금으로 보내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지금까지 4천 달러를 후원했다.
김 씨는 26일 연합뉴스와 기자와 만나 능숙한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김한국 입니다"라고 인사하면서 "작은 정성이지만 암사재활원의 어린이들과 한국을 아름다운 나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분들에게 바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23-25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로젠 센트리 호텔에서 재미한국학교협의회(NAKS) 주최로 열린 제27차 한국학 교육학술대회에 참가, 제3회 입양인 민족교육에서 발표를 했다. 또 행사 전반에 관한 사진촬영 봉사를 했다.
김 씨는 "결국 찾지 못했지만 (친부모를) 원망하지 않는다"며 "두 분이 더는 죄책감을 느끼고 사는 것을 원치 않으며 갓난아기 시절의 그 결정 덕분에 현재 나는 새로운 삶을 잘살고 있어 행복하다. 그리고 한국을 너무 사랑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김 씨는 "친부모를 찾겠다고 모국을 방문하기 전까지는 한국에 대한 별다른 감정이 없었지만 `친부모찾기 여정'에서 만난 친절한 사람들에게 감동을 받았다. 그들의 사랑을 접하면서 친부모에 대한 원망의 마음도 없어졌다"며 "나를 낳아준 그분들도 아름다운 사람이지만 어쩔 수 없어서 나를 입양했을 것이라고 받아들이게 됐다"고 말했다.
1982년 1월 5일생으로 생후 7개월째인 7월 어느 날 서울시 동작구 상도1동 684번지 앞 길가에서 바구니에 싸인 채 발견된 그는 신시내티의 조와 낸시 케이시(Joe & Nancy Kayes) 집안에 입양됐다. 3명의 자식을 낳은 그의 양부모는 한국(7명)과 인도(4명), 불가리아(3명), 홍콩(2명) 등에서 16명의 아이를 입양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을 처음 발견했던 대한사회복지회 이우영 씨로부터 `아이와 함께 동봉된 백일 사진에 한글이름 `김한국'과 생년월일이 적혀 있었다'고 전해 들었다. 선천적인 척추장애를 앓아 어려서 놀림을 받기도 했지만, 양부모의 사랑과 형제애로 극복해 누구 못지않은 충만한 삶을 살고 있다고 그는 자랑했다.
이 씨를 만났을 때 한국말을 제대로 못해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것이 안타까워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는 김 씨는 "나처럼 모든 입양인이 좋은 부모를 만나 행복해지기를 바란다"며 "입양을 통해 세상을 더욱 긍정적으로 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신시내티 예술대학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하고 곧바로 그래픽 전문회사에 입사해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그는 그래픽디자인 회사를 차리는 것이 목표다.
"앞으로도 계속 암사재활원을 후원해 나갈 계획"이라는 김 씨는 "만나는 날까지 친부모도 건강하게 잘 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ghw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