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 기사입력 2007-08-24 03:05
▲ 이익섭 교수
내달 세계장애인한국대회 준비 이익섭 연세대 교수 본인도 1급 시각장애인
“이번 대회를 통해 장애인들의 권리는 곧 우리 모두의 권리라는 것을 알리겠습니다.”
다음 달 5일부터 8일까지 일산 킨텍스(KINTEX)에서 열리는 제7회 세계장애인한국대회를 앞두고 이익섭(55)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막바지 준비 작업에 정신을 못 차릴 정도”라고 말했다. 1급 시각장애인인 이 교수는 이 세계대회의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다.
세계장애인대회는 국제장애인연맹 주최로 4년마다 열리는 대규모 행사다. 이번에는 160개 회원국에서 3500여 명의 장애인들이 참가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대회는 지난해 12월 유엔 총회에서 ‘장애인권리협약’이 통과된 후 처음 열리는 행사다. 이 교수는 “장애인권리협약은 장애인에 대한 지원을 자선이나 복지의 관점이 아닌 권리의 차원으로 바꿨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아직까지 대회 준비가 충분하지 않다”면서 “화장실 문이 안쪽으로 열려 휠체어에 탄 장애인들의 이용이 어렵다거나 척추 장애인들을 위한 샤워 의자도 갖춰지지 않는 등 아직 문제점이 많다”고 말했다. 부족한 점이 빨리 보완돼 성공적인 대회가 될 수 있도록 정부와 민간의 지원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이 교수는 초등학교 4학년 때 망막염으로 시력을 잃었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공부해 1993년 장애인 중에서는 최초로 연세대 교수로 임용됐다. 정식으로 배우지 않았지만 피아노 연주도 수준급이다.
이 교수는 “앞이 보이지 않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불행한 일이지만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게 된 계기였기 때문에 오히려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만약 누군가를 볼 수 있게 된다면 아내와 사랑하는 두 딸의 얼굴을 제일 먼저 보고 싶다”고 말하며 웃었다.
[박시영 기자 joeys7@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