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대 춘천성심병원 정신과 이상규 교수는 강제·장기입원이라는‘후진국형’ 구조를 이렇게 진단했다. 환자만 입원시키면 가족들은 정신적·경제적 고통을 덜 수 있고, 치료시설은 고정 수입원이 확보되고, 지방자치단체들은 사회 불안요인을 제거할 수 있어 모두가‘편안한’ 구조라는 설명이다. 결국 열악한 시설과 질 낮은 치료로 입원 기간만 늘어나고 있다.
◆강제·장기 입원은 세계 최고 수준=2007년 보건복지가족부 통계에 따르면 정신치료시설에 자기 의사에 반해 강제입원한 정신장애인은 90.6%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이 20%를 넘지 않는 것과 비교하면 무척 높다. 정신치료시설 입원 환자 6만5498명 중 평균 재원기간은 257일이고, 5년 이상도 1만명이 넘는다.
선진국 중에서 재원 일수가 가장 긴 영국도 52일(1999년 기준)이다. 우리 사회의 정신장애인 격리와 배제는 이 정도로 심하다.
무엇보다 강제입원은 쉽지만 퇴원은 매우 까다로운 구조가 한몫을 한다. 보호자의 동의만 있으면 정상인을 강제입원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환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가족들에 의한 입원 비율이 70%가 넘는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 결과 치료 목적 외에 재산권 박탈, 종교 갈등 해소 등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적발돼 여러 번 사회문제가 됐다.
◆“환자만 있으면 병원은 수익이 확보돼”=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입원병상 수준은 인구 1000명당 1개로 4만8000개가 적당하지만, 국내 정신병원 입원 병상은 이미 6만3000개가 넘는다.
선진국들은 인권 보호 차원에서 갈수록 정신 병상 수를 줄이는 반면 우리나라는 해마다 5000개씩 늘어나는 ‘기형적’ 구조다. 의료급여 환자라도 받으면 수익이 나기 때문이다.
정신치료시설 입원자의 70% 이상이 의료급여 대상자다. 정부는 이들에게 하루 3만800원, 한 달에 90만원대의 치료비를 내준다.
건강보험 환자는 한 달에 150만∼200만원 정도 치료비를 청구할 수 있다. 이런 탓에 중소 규모 병원 경영자들은 입원 유치 경쟁도 벌인다. 환자가 빠지면 요양시설에서 데려와 채워 놓기도 한다.
일부 병원은 사설 응급이송단이 실어온 환자 1인당 20만∼30만원을 리베이트로 준다. 한 정신과 전문의는 “병원에 입원실만 만들어 놓으면 환자는 알아서 다 채워지는 실정”이라며 “병원 10개 중 한두 곳은 사설 응급이송단과 거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치료·재활 부재, 퇴원해도 갈 곳이 없다=일부 요양시설과 정신병원의 치료·재활 프로그램 수준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한 국립병원 전문의는 “치료의 질이 낮아 그저 문제가 생기지 않는 수준으로 관리하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의사들은 환자 상태가 호전돼도 가족들이 동의하지 않거나 살 곳이 확실치 않으면 퇴원 허가를 주저한다. 사회에 나가 큰 문제를 일으키면 책임이 따르기 때문이다. 통상 계속 입원심사는 한 달에 한 번 전문가 2∼3인이 1000여건을 심사하는 탓에 대면 진단은 적고 서류심사로 대부분을 처리한다.
정신보건심판위원회의 퇴원 판정률은 4.1%(2006년)였다. 반면 재활시설 입소자는 고작 1481명에 불과하다. 입원 중에 재활 교육이 제대로 안 되는 탓에 사회 복귀 준비가 안돼 있고, 설령 나와도 일자리를 못 구해 노숙인으로 전락하는 구조다.
특별기획취재팀=채희창(팀장)·이상혁·김태훈·양원보·김창길 기자 tamsa@segye.com
■정신장애인 진정 유형별 분류 (2001∼2008.2) | |||||
유 형 | 상세분류 | 건 수 | 유 형 | 상세분류 | 건 수 |
사생활 침해 | CCTV 설치 | 51 | |||
입원 | 가족(친족)에 의한 강제입원 | 457 | |||
면회금지, 외출·외박 금지 | 83 | ||||
가족 이외 사람에 의한 강제입원 | 115 | ||||
전화, 서신 제한·검열 | 205 | ||||
퇴원 | 퇴원 불허 | 379 | |||
시설 | 시설위생, 병원인력 부족 등 | 215 | |||
계속입원심사 청구 누락 | 32 | ||||
알권리, 종교, 진정방해 | 알권리 제한 | 28 | |||
치료 | 강제투약 | 92 | |||
종교의 자유 제한 | 14 | ||||
부당한 작업치료 | 124 | ||||
인권위 진정 방해 | 59 | ||||
약물과다, 치료 미흡 | 198 | ||||
기타 | 사설응급구조단에 의한 인권 침해 | 33 | |||
가혹행위 | 부당한 격리강박 | 261 | |||
성폭력·성희롱 | 22 | ||||
폭력(언어, 육체) | 241 | ||||
합 계 | 2599 | ||||
자료:국가인권위 |
ⓒ 세계일보&세계닷컴(www.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