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의 ‘홈리스’ 법률용어 집착 논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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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한글단체 “우리말도 많은데” 반발… 법제처도 “곤란”
보건복지가족부가 ‘홈리스’를 법률용어로 선택했다가 한글단체와 법제처의 반발에 부딪혔다.
복지부는 지난 8월 사회복지사업법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홈리스(homeless)’라는 영어 단어를 사용했다. 한글단체와 법제처 등의 반발이 거세자 복지부는 명칭 검토 회의를 열고 홈리스를 대신할 우리말을 제안받았다. 한글단체와 누리꾼 등이 제시한 명칭은 ‘햇살민·민집인·한둔이·한데인·길잠꾼’ 등이다.
복지부는 그러나 홈리스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분위기다. 복지부 관계자는 “홈리스를 사용할지 다른 용어를 사용할지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한글단체들이 제시한 용어를 살펴봐도 홈리스 말고는 노숙인·부랑인 등을 포괄할 만한 단어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홈리스는 이미 오랫동안 사회복지사업 분야와 학계에서 쓰여 익숙하고,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말이며, 기존 부랑인이나 노숙인과 같은 부정적 느낌이 훨씬 덜 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글문화연대 이건범 정책위원은 “복지시설 관계자들의 귀에 익다는 이유로 시민들이 많이 사용하지도 않는 말을 법률용어로 사용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부랑인의 어감이 안 좋다면 기존에 널리 쓰이고 있는 노숙인으로 통합하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제처 임송학 심의관은 “홈리스가 사회복지사업법에 사용되면 다른 관련 법률에서도 사용될 수밖에 없어 법제처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라며 “학계·시설 등에서 홈리스라는 말이 널리 사용된다면 법률과 상관없이 현장에서만 그렇게 쓰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제처는 지난 9일 복지부·한글단체와 함께 연 ‘홈리스 법률용어 심의위원회’에서 복지부에 ‘홈리스는 법률용어로서 곤란하다’ ‘일반 시민들이 생소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만한 단어를 선택할 것’ 등의 기준을 제시했다.
<김기범기자 holjjak@kyunghyang.com>